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최근 1기가톤의 탄소포집 기술을 개발한 팀에게 1억 달러 상당의 기부금을 내걸었다. 사실 수십 년 전, 이 기술의 초기 단계에만 해도 2020년 경이면 이미 탄소 배출량의 상당수를 채집하고 있으리라고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그러나 2019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포집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4천만MT에 불과하다. 왜 아직 이런 단계에 머물러 있는지 알아보려면, 포집(C), 저장(S), 활용(U)의 각 단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일한 사후감축 기술, 탄소포집 활용 및 저장(CCUS)
테슬라(Tesla) 사의 CEO 일론 머스크는 최근 탄소 포집 기술 경연대회에서 1기가톤의 포집 기술을 개발한 팀에게 1억 달러 상당의 기부금을 내걸어서 화제가 되었다. 그만큼 탄소 포집, 활용 및 저장(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CCUS)은 나날이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의 폐해 속에 주목받고 있는 기술이다. 왜냐하면 온실가스 배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신재생 에너지 사용과 달리 현재로선 유일한 ‘사후 감축 기술’이기 때문이다. 즉, 일단 이산화탄소 생성을 허용하되, 이것이 대기 중으로 빠져 나가 지구를 데우기 전에 포집해서 처리하자는 것이다. 예전에는 탄소를 포집해서 땅 속에 묻어 버린다는 의미로 탄소 포집 및 저장(Carbon Capture and Storage, CCS)라고 불렀으나, 몇 년 전부터는 포집한 이산화탄소에 시장성을 부여하여 활용하겠다는 의미로 ‘Utilization’의 ‘U’가 붙어 CCUS라는 용어를 더 많이 쓴다.
현재로서는 화력 발전소의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잡는 ‘포인트 캡쳐’ 형식이 흔하지만, 기술적으로 더 어렵기는 하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직접 공기 포집(Direct Air Capture, DAC)’ 방식도 꾸준히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과연 CCUS가 대규모로 실현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럼에도 최근 앞다투어 2050 넷 제로를 선언하는 국가나 기업 입장에서는 크든 적든 CCUS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불과 수십 년 남은 기한 내에 총 배출량을 0으로 줄이는 것이 현재 인프라로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미처 감축하지 못하는 부분을 상쇄할 방법으로 CCUS에 기대곤 하는 것이다.
The Carbon Capture and Storage(CCS) process ▲ 이미지 : ⓒ Katerina Nikolova(2012)
CCUS의 한계: 아직 상용화되지 못한 데는 이유가 있다
사실 수십 년 전, 이 기술의 초기 단계에만 해도 2020년 경이면 이미 탄소 배출량의 상당수를 채집하고 있으리라고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실상은 2019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포집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4천만 메트릭톤에 불과하다. 미국 한 국가만 해도 연간 배출량이 50억 톤이 넘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미미한 수치다. 왜 아직 이런 단계에 머물러 있는지 알아보려면, 포집(C), 저장(S), 활용(U)의 각 단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포집 부분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제일 큰 부담이다.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들어가기 전 분자를 포집해야 하기 때문에, 발전소 굴뚝마다 설비를 설치한다고 했을 때 경제성이 매우 떨어진다. 배출원에 따라 다르기는 하나 현재 1톤당 이산화탄소 포집 비용은 60 달러 정도 된다. 미국 에너지부 최근 자료에 따르면 상업적 규모로 설치할 수 있는 포집 장비는 4억- 5억 달러 정도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이산화탄소의 분리는 지금도 이미 유전이나 천연가스 매장지에서 사용하고 있는 기법이기는 하나, 소규모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석탄화력발전소 규모로 발전시키려면 필요한 자금 규모가 훨씬 커진다. 대규모 포집은 돈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설비의 크기도 너무 커서, 간혹 발전소 자체만큼이나 큰 공간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토지 및 운영 부담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장비 사용에 들어가는 에너지 양도 굉장해서 발전소 전체의 에너지 효율을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10년 미국 서던 컴퍼니 프로젝트(Southern Company Project)의 경우 미시시피 석탄 화력 발전소에서 24억 달러의 예산을 들여 대규모 사업을 시도했으나, 무려 75억 달러까지 쓰고도 자금 부족으로 중단하기도 했다.
Levelised cost of CO2 capture by sector▲ 이미지 : ⓒ IEA
포집을 성공적으로 한다 쳐도, 땅에 묻는 것도 문제다. 땅 속에 여러 구조물을 묻는 것 자체는 예전부터 토목 공사에서 많이 해 온 덕에 기술도, 모니터링 시스템도 구축되어 있기는 하다. 이런 기존의 기술을 이용해서 포집한 탄소를 저장할 만한 적당한 부지를 선정한 후, 주변 지반의 구성을 등을 고려해 주입하게 된다. 대개 지상으로부터 800미터(2,600피트) 이상의 지하에 저장해야 온도와 압력이 이산화탄소 저장에 안정적인 조건을 형성한다.
그러나 포집한 탄소를 저장하는 것은 단순히 구조물을 묻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다. 지진 등 자연 재해가 발생했을 때의 안전상 불확실성 뿐만 아니라, 수백-수천 년에 달하는 장기간의 저장 경험 부족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기술적인 부분을 차치하고서라도 부지 선정도 골치다. 원래 땅 속은 흙으로 꽉 찬 것이 아니라 대수층이 존재하며, 묻혀 있던 석유나 가스를 개발한 뒤 남는 빈 공간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공간을 이용하면 충분한 저장 공간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매년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이 24기가톤인데, 석유, 가스, 석탄 개발과 관련된 저장 공간만 800 기가톤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땅덩이가 좁아 이러한 저장 공간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한국 같은 나라의 경우 어디에 묻을지, 대중은 어떻게 설득할지, 탄소 유출이라도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할지 난관이 한두 개가 아니다.
탄소를 포집해서 해외로 수출하자는 논의도 나오고 있으나, 필요한 인프라를 고려했을 때 쉽지 않은 사안이다. 대규모 운송은 선박보다는 결국 파이프라인을 필요할 텐데, 단지 이산화탄소 운송을 위한 파이프라인 건설은 현실성이나 경제성이 떨어진다. CCUS에 적극적인 미국 전문가들도 가스 수송관 등 다른 기존 인프라를 이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포집한 탄소를 활용 가능한 양이 한계가 있다.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묻어버리는 대신 일부라도 활용하는 것은 분명 좋은 아이디어다. 특히 원래 공정 자체에 이산화탄소가 필요한 경우는 유용할 수 있다. 화학적으로 전환시켜 연료, 화학 제품, 건설 소재 등을 만들거나, 전환시키지 않고 공업용 원료, 식음료용, 농업용 재료로 활용하는 경우 등이다. 원래 배출량이 큰 시멘트 산업에서도 발전소나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채집한 탄소를 재활용하여 탈탄소 시멘트를 만든다는 구상을 내 놓고 있다. 그러나 이는 아직 이론적 단계이며, 활용한다 해도 아직은 10% 감축에 불과한 실정이다.
결론적으로 어떤 단계를 보나 현재로서는 CCUS의 한계가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EU의 에너지 역사학자 바츨라프 스밀(Vaclav Smil)은 다음과 같은 말로 현 상황을 진단했다. “현재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단지 5분의 1을 격리하는 데만도 연간 처리량이 오늘날 전 세계의 원유 산업이 다루는 연간 물량의 약 70퍼센트 더 큰 완전히 새로운 전세계적 흡수-수집-압축-운송-저장 산업을 창출해야 한다. 게다가 포집 설비와 파이프 라인, 압축 시설, 저장 시설 등의 그 거대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만도 몇 세대가 걸린다.”
국내외 CCUS 사례
글로벌 CCS 기구에 따르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면 연간 5.6 기가톤 규모의 CCUS 설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작년 기준으로 운영 중인 CCUS 설비는 고작 26개로, 연간 저장 용량은 4천만 톤 수준이다. 현재 개발 중인 프로젝트가 모두 완성된다고 하더라도 2030년에 7천 5백만 톤을 대기 중에서 제거할 수 있을 뿐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CCS 프로젝트는 작년에 승인이 난 노르웨이의 노던 라이츠(Northern Lights) 사업으로, 연간 15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 분리하여 북해 2,600미터 해저에 묻는 계획이다. 한편 바로 며칠 전, 아이슬란드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직접 공기 포집(DAC) 시설이 문을 열었는데, 이는 훨씬 적어서 연간 4천 톤 규모다. 국내의 경우 포집 규모는 실증 사업 수준으로,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미미한 실정이다. 2022년 가스 생산 종료 예정인 동해가스전을 활용하여 대규모 포집 실증 사업을 추진한다고 하나, 당장 몇 년 안에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최근 탄력을 받고 있는 부문은 ‘활용’이다. 유럽에서는 포집 탄소를 활용해 이미 폼 매트리스나 건설용 자재를 제작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현대오일뱅크나 롯데케미칼 등의 회사들이 이산화탄소를 이용하여 탄산칼슘을 제조하거나 드라이아이스, 반도체 세정액 원료 등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등 활용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상용 공정의 2%에 불과하여 시범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2020년 6월 기준 Global CCS 운영 및 개발 현황▲ 이미지 : IEA. All rights reserved ⓒ Natural Earth
CCUS의 성공 조건은?
이렇듯 국내외적으로 CCUS는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으나, 그 규모나 상용화 측면에서 아직은 기후변화 대처의 한 축을 담당하기에는 장애물이 많다. 넷 제로를 위한 계획서마다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CCUS가 과연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성공 조건을 꼼꼼하게 살펴 봐야 하는 이유다.
첫 번째는 포집 부문의 경제성 달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업계에서는 60달러에 달하는 톤당 포집 비용을 30달러까지 낮추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MIT의 한 연구에 따르면, 발전 과정에 탄소 포집 설비를 추가하는 경우 전력 비용이 kWh당 3-4 센트 상승하며, 현행 기술로는 발전 비용이 약 60% 증가할 것이다. 기술 발전을 통해 이를 30%까지 낮추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또한 이산화탄소 포집 설비가 내장된 가스화 복합 발전이나 확장 가능한 소규모 조립식 설비 등 새로운 접근법으로 비용을 낮추는 연구와 스타트업도 대두되고 있다. 일례로 캐나다에서 2014년 시작된 바운더리 댐 프로젝트는 보다 비용 효과적인 냉각 시스템 도입을 통하여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수송 및 저장 부문에서는 안정적이고 현실적인 저장 기법이 있을지 냉철한 진단이 필요하다. 누출 위험 및 지하암반층의 안정성을 해결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이 기술은 기후변화의 해결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나의 대안은 심해의 중력 저장소(gravitational storage)에 저장하는 것으로, 이산화탄소는 물보다 더 무겁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수백 년 간 머물 수 있다. 다만 미국이나 노르웨이, 중동 등 산유국의 경우 대규모 암염돔 및 대염수층을 보유하고 있어 상업화가 가능한 저장 잠재량이 높은 반면, 한국의 경우 해당되지 않음을 유념해야 한다.
끝으로 적절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잡지도 묻지도 않고 대기 중으로 방출하는 것이 항상 가장 저렴한 옵션이기 때문에, 탄소 배출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등 기타 조치를 취해 주어야 CCUS도 더욱 경쟁력이 생긴다. 또한 CCUS에 특정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의 경우 지역별 접근법을 개발하기 위해 7개 지역을 선정하여 지역 탄소 저장 파트너쉽을 체결했으며, 상업적 규모의 저장 단지에 지속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한국도 올해 6월 CCUS 로드맵이 나왔으며, K-CCUS 추진단에 민간 기업 50개가 참여 중이다. 이제까지 살펴보았듯이 CCUS라고 뭉뚱그려 사용하기는 하지만 CC”S”와 CC”U”는 엄밀히 말하면 다른 사안인데, 한국의 경우 저장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좀 더 이해도 높은 정책의 도입이 필요하다.
마치며
지금으로서는 CCUS가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만큼 값비싸고, 어려우며, 걸음마 단계에 있는 기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개의 권위 있는 기관에서는 CCUS를 감축 노력의 한 부분으로 반드시 언급하고 있다. 일례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CCUS 없이는 넷 제로가 달성 불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했으며, 2070년 시나리오에서 CCUS의 기여도를 15%로 제시했다.
이렇듯 계획과 현실 사이에 유독 격차가 큰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해 모든 걸 (아무리 실현 가능성이 요원하더라도) 동원해야 하는 시점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성공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없이 그저 ‘일단 배출하고도 상쇄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기 때문에 무조건 CCUS를 언급하는 것만큼은 피해야 한다. 감축 목표를 정한 뒤 이런저런 방안으로도 감축하지 못하는 부분에 CCUS를 슬쩍 끼워넣기에는 아직 이 기술의 한계가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이다. 감축량에 대한 구체적 수치와 방법론, 정책 이행 방안, 대중의 반응 등을 다각도로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저 허황된 희망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연구와 투자, 시범 사업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CCUS 연구의 권위자인 프린스턴 대학교의 마이클 실리아(Michael Celia) 교수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미래의 어느 시점엔가는 이 기술이 반드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연구자로서 그 때를 위해 준비해야 한다.” 즉 충분히 대비하고 투자하되, 이 기술의 현 주소를 냉정하게 파악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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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 칼럼니스트 윤정훈님은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EcoRebates의 컨설턴트로 근무하고 있으며,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 졸업 후 Johns Hopkins University에서 에너지, 기후변화 정책을 공부했다. 여러 매체를 통해 환경과 에너지, 기후변화 관련 글을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