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녹색채권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18년 녹색채권 국내물 최초 발행 이후 2021년 7월 현재까지의 녹색채권 발행금액은 12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녹색채권, ESG채권, 사회책임투자채권 등의 단어가 혼재되어 사용되면서 여러모로 헷갈리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보고서는 녹색채권 용어는 알지만, 어떤 메커니즘으로 발행되는지, 혹시 그린워싱의 가능성은 없는지 등이 궁금한 녹알못들을 위해 작성하였다.

내용

(개요) 녹색채권(Green Bond)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18년 산업은행의 녹색채권 국내물 최초 발행 이후 다양한 기관의 발행이 이어져 2021년 7월 현재까지의 녹색채권 발행금액은 12조 6,240억원에 달한다. 기후금융 및 ESG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녹색채권 발행시장은 앞으로 더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그린본드, 녹색채권, ESG채권, 사회책임투자채권 등의 단어가 혼재되어 사용되면서 여러모로 헷갈리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보고서는 녹색채권 용어는 알지만, 어떤 메커니즘으로 발행되는 것인지, 수익률은 어느 정도인지, 혹시 그린워싱의 가능성은 없는지 등이 궁금한 녹알못(녹색채권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작성하였다.

 

Q1. 녹색채권의 정의가 무엇인가요? ESG 채권, 기후채권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한국증권거래소(KRX)는 녹색채권(Green Bond), 사회적채권(Social Bond), 지속가능채권(Sustainability Bond)을 아울러 사회책임투자 채권(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 Bond)라고 지칭한다. 그리고 사회책임투자 채권은 다양한 언론보도자료, 연구보고서 등에서 ESG 채권이라고도 불린다. 즉, ESG채권은 녹색채권보다 더 넓은 개념을 포괄하는 것이다. 그러나 ESG채권과 사회책임투자 채권은 동의어가 아니다. 국제자본시장협회(ICMA)(2021, a)은 ESG채권이 GBP, SBP, SBG 등에서는 다루지 않는 지배구조(governance) 항목을 포괄하고, 자금 활용 목적을 특정하기 보다는 발행사의 전반적인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점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녹색채권은 무엇인가?

녹색채권은 환경적 편익이 명백한 프로젝트의 자금을 조달/차환할 목적으로 투자자를 모집하면서 그 기준인 GBP의 4가지 핵심요소를 충족시키는 채무증권

ICMA는 재생에너지 확산, 에너지효율 개선, 순환경제 구축, 생물다양성 보존 등 환경적 편익이 명백한 프로젝트의 자금을 조달/차환할 목적으로 투자자를 모집하면서 그 기준인 GBP의 4가지 핵심요소를 충족시킨다면 녹색채권이라고 명명한다. 사회책임투자 부문 중 녹색채권에 집중한 CBI 역시 ICMA와 동일하게 녹색채권을 정의한다. 이에 더해 CBI의 CBS(Climate Bonds Standard)에 부합하여 기후채권표준이사회(Climate Bonds Standard Board)의 인증을 받은 녹색채권은 기후채권(Certified Climate Bond)라고 부른다.

 

 

Q2. 녹색채권은 금융시장 일반채권과는 다른 건가요?

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채권 중 자격을 갖춘 일부 채권을 녹색채권이라고 명명(LABEL)

녹색채권이 타인자본 조달을 위해 활용되는 수단이라는 점은 일반 채무증권과 동일하나, 일반채권은 자금의 용도에 크게 제한이 없는 반면, 녹색채권은 (적격) 녹색 프로젝트에 자금이 활용될 용도로 모집되어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즉, 일반채권 시장 내에서 적격성을 검증/인증 받은 일부 채권이 녹색채권이라는 별칭으로 거래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녹색채권의 발행절차에는 외부평가기관의 검증 및 사후보고 등의 절차가 추가된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현대제철의 사례를 살펴보자.

  

 

현대제철은 증권신고서 첨부자료에서 제132-1회 외 무보증사채가 탄소배출 및 대기오염 물질 저감을 위한 설비투자 자금 조달용 채권 발행임을 명시함과 동시에 해당 채권이 GBP에 부합하는 녹색채권이며, 조달자금의 사용목적을 친환경 녹색사업 지원에 한정하여 사용하겠음을 기재하였다. 또한 현대제철의 녹색채권 관리체계가 GBP에 부합하는 것임을 외부평가기관(한국신용평가)로부터 검증받았음을 함께 언급하며 관련서류를 첨부하였다. 그러나 녹색채권이 아닌 제128-1회 외 무보증사채의 경우에는 자금의 대부분이 기존 사채의 차환에 사용될 예정이며, 일부 운영자금[Import loan의 상환]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기재, 공시하였다.

Q3. 녹색채권은 누가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는 건가요?

녹색채권 관리체계가 거래소가 인정하는 사회투자채권 원칙 등에 부합한다는 점을 외부기관으로부터 인정받으면 발행인이 자율적으로 발행 가능

우선 녹색채권의 발행은 발행인(issuer)이 자발적으로 결정하며, 녹색채권을 발행하기로 결정하였다면 발행인은 녹색채권 관리체계를 GBP(Green Bonds Principle, ICMA) 또는 GBG(Green Bonds Guideline, 환경부) 등에 부합하게 작성해야 한다. 또한 해당 녹색채권 관리체계가 GBP 또는 GBG 등에 부합한다는 점을 외부기관으로부터 검증/인증/평가받아야 한다. 따라서 녹색채권 발행을 위해서는 적절한 “녹색채권 관리체계”의 수립과 이에 대한 외부기관의 검증이 중요하다.

이것을 검증하는 외부기관은 누구인가? 현재 환경부의 GBG는 지속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는 전문성을 보유한 회계법인/신용평가사/컨설팅회사/연구기관 등이 외부검토를 수행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으나 여기에서 지속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는 전문성에 대한 정의 및 요건 등은 구체화되어 있지 않다녹색채권 발행을 위한 기준 검증/인증 등에 있어서 외부기관의 역할이 중대함을 감안하면, 현재 이들의 전문성과 시스템 구축이 충분한지 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Q4. 녹색채권은 발행하면 잘 팔리나요? 일반채권보다 수익률이 더 좋나요?

해외에서는 녹색채권이 일반채권보다 저렴한 금리(비싼 가격)에 발행되는 “그리니엄(GREENIUM, GREEN+PREMIUM)” 있다는 분석 다수

CBI(2021, a)가 2020년 하반기 중 신규 발행된 녹색채권 54건 중 33건에 대해 수익률곡선(yield curve)를 그린 결과, 총 19건이 yield curve 하단에서, 7건이 yield curve 위에서 발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발행인과 발행조건, 만기 등이 동일하다면 녹색채권이 일반채권보다 저렴한 금리에 발행될 이론적인 근거는 없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의 실제 발행 사례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쉽게 발견되고 있어 그린과 프리미엄을 합성한 “그리니엄(GREENIUM)”이라고 부른다. 이는 녹색채권에 대한 투자수요가 공급(채권 발행)을 초과하여 비용을 추가적으로 지불해서라도 녹색채권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 시장의 경우에는 아직 녹색채권 발행 모수가 충분하지 않아 그리니엄의 발생 여부를 단언하기는 아직 어렵다. 다만, ESG 투자기조 확대로 녹색채권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현상이 발생할 경우 해외의 사례와 같이 그리니엄이 발생할 수 있다.

Q5. 녹색채권은 정말 “GREEN”한가요? 그린워싱의 가능성은 없나요?

녹색채권 발행과 관련된 원칙과 가이드라인에는 법적 구속력 없어 그린워싱 가능성 존재

녹색채권 발행과 관련하여 국제 기구 및 환경부 등의 원칙과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발행인의 자발적 참여를 기반으로 원칙 및 가이드라인의 준수를 권고하고 있을 뿐 법적 구속력은 없다. 즉, 녹색채권 발행 이후에 계획대로 자금이 집행되지 않는다고 해서 기한이익의 상실 등의 페널티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그린워싱(greenwashing)의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까지는 법적/제도적 규제가 없기 때문에, 그린워싱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활동이 중요하다. 특히 녹색채권 투자 결정단계 및 투자집행 이후에 다음의 내용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점검할 필요가 있다.

1) 정말 GREEN한 곳에 투자하는가: 석탄화력발전소의 탈황설비 설치 투자는 충분한 녹색 프로젝트인가?

한국남동발전은 2021년 7월 26일 석탄화력발전소 환경투자에 자금을 사용할 목적으로 제50-1, 50-2회 무보증채권(녹색채권)을 발행하였다. 대기질 개선 측면에서 탈황설비, 탈질설비, 집진설비 등을 설치하는 것이 적격 녹색 프로젝트인 것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온실가스 배출의 lock-in 효과를 유도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이 상존한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이러한 환경투자 자금집행을 추가 자본적지출 금액 및 원가로 인식하여 석탄화력발전소의 수명을 보장하는 근거로 활용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평가기관인 한국신용평가는 ‘조달금액 투입 계획 및 프로젝트 적격성’ 검토등급을 최고등급인 ‘E1(탁월)’으로 부여하였으며, ‘관리, 운영체계 및 투명성’ 검토 등급까지 감안하여 최종등급은 역시 최고등급인 ‘GB1’을 부여하였다.

  

2) 투명하게 사후보고를 진행하는가: 발행 이후 6개월 초과 대상 녹색채권 18건 중 6건 자금배분 미공시 (2021.07.27기준)

본 고는 발행 후 6개월을 초과한 채권을 포함하여 사후보고 현황을 전수 조사하였다. 18건의 발행채권 중 은행, 캐피탈사 등 금융기관이 발행한 채권 9건은 모두 자금배분 및 환경영향 보고를 완료하였다. 이에 비해 에너지기업은 사후보고에 다소 미진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GS칼텍스(정유)와 TSK코퍼레이션(폐기물처리)는 발행 이후 1년이 초과하였음에도 자금배분 보고서를 공시하지 않았다. 또한 한국남부발전은 환경개선영향보고서를 공시하지 않았으며, SK에너지는 환경개선영향에 대해 정성적으로 기재하여 환경에 대한 순(net) 효과가 어느정도 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다만, 아직까지는 발행 이후 1년이 초과한 채권 수가 많지 않고 시장 및 제도가 정착되어 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그린워싱이 발생하고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우며, 지속적인 추적과 분석이 필요한 부분이다. 또한, 우리나라 역시 기업간/채권간 비교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공시 방식 등에 대해서 표준화할 필요도 있다.

      

 

마치며

우리나라의 녹색채권 시장은 이제 막 탄생하였기 때문에 아직 제도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다. 사단법인 넥스트는 녹색채권이 기업에게는 환경투자를 위한 중요한 자금조달 수단이 되고, 투자자들에게는 유의미한 투자수단, 그리고 국가에는 지속가능한 사회 형성에 기여하는 경제적 수단이 되기를 바란다. 이렇게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태동기부터 많은 사람들의 관심,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 사단법인 넥스트는 지속적으로 녹색채권 시장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며 녹알못들이 녹잘알들로 진화하고, 이들이 올바른 시장형성에 목소리를 내는 이해관계자가 될 수 있도록 물심양면 도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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