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을 둘러싼 가장 논란이 많은 화두라고 한다면 단연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꼽을 수 있다. 발전비중 목표 상향에 대해 가장 많이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이슈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데, 첫째는 실제로 그만큼을 설치할 수 있을까, 즉 재생에너지 잠재량의 이슈이고 둘째는 재생에너지 생산비용이 높아 막대한 재원이 소요될 것이라는 우려이다.
HIGHLIGHTS • 재생에너지 3020 목표 및 3040 목표 모두 재생에너지 우선공급가능 잠재량 하의 충분히 현실가능한 목표임
•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가격 현재는 높지만 누적 설치량 증가할수록 하락함
• 3040 목표 달성시 현재 대비 태양광 △31.3원/kWh, 육상풍력 △36.2원/kWh, 해상풍력 △64.4원/kWh
•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3040으로 상향하여 선순환 이끌어야 함
5% → 20% in 10 years
•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을 둘러싼 가장 논란이 많은 화두라고 한다면 단연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꼽을 수 있다. 이미 3년여 전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20%라는 목표(‘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를 세운 바 있지만, 아직도 이에 대해 가능한지 또는 불가능한지를 논하려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오직 재생에너지로만 국한하여 총 발전량에 기여한 비중을 산정하면 5%를 간신히 넘기는 현재(2019년 기준)를 생각했을 때, 10년 남짓 남은 기간 동안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네 배[1] 가까이 늘리는 것이 수월하게 달성 가능한 과제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발전비중 목표 상향에 대해 가장 많이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이슈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데, 첫째는 실제로 그만큼을 설치할 수 있을까, 즉 재생에너지 잠재량의 이슈이고 둘째는 재생에너지 생산비용이 높아 막대한 재원이 소요될 것이라는 우려이다.
재생에너지 3020 목표: 높지만, 높지 않다
• 먼저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충분한가를 따져보자면 재생에너지 3020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얼만큼의 태양광 및 풍력 설비가 필요한지 확인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따르면 태양광 36.5GW, 풍력 17.7GW의 누적설치량이 필요하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이 추정한 재생에너지우선공급가능 잠재량[2]은 태양광 129 GW 및 풍력 42GW으로, 재생에너지 3020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충분한 잠재량이 확보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3040, 즉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40%라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면 단순히 계산하여 태양광 73GW 및 풍력 4GW가 필요하다. 이 설치용량 목표 또한 우선공급가능 잠재량의 범위 내에 들어오기 때문에, 목표치를 두 배 상향한다고 해도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 또 고려해야 할 점은 에너지의 잠재량이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기술의 진보 및 기술의 비용 하락으로 인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석유를 생각해보면, 과거 수십년 동안 매해 어마어마한 양의 석유를 캐내어 사용하였지만 기술의 진보 및 생산비용의 하락으로 매년 확인 매장량[3](proved reserve)이 늘어가고 있고, 특히 수압파쇄법의 발달로 기존에는 활용할 수 없었던 자원까지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태양광 및 풍력 등 재생에너지원 역시 기술의 혁신으로 인해 잠재량은 현재보다 증가할 수 있다.
목표를 높이면 생산비용은 더 낮아진다
•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Appendix A). 일본을 제외하면 태양광과 풍력 모두 주요 국가들 중 가장 비싸다.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데 비용이 많이 소요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한 이유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는 현재 그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다 하더라도 재생에너지 설비를 많이 설치해야만 낮아진다. 흔히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기술이 발달하여 생산비용이 낮아진다고 안이하게 생각할 수 있으나, 그 ‘때’를 기다리고만 있으면 생산비용 하락은 기대하기 어렵다.
• 우선 글로벌 시장을 통한 학습효과(Learning effect)만으로는 생산비용 하락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태양광 모듈 같은 경우 글로벌 마켓에서 거래되는 commodity이기 때문에 글로벌 태양광 누적 설치량으로 인한 학습효과의 혜택을 우리나라의 태양광 설치량과 관계없이 누릴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나머지 BOS(balance of system)와 설치비용은 지역적이며 국가적인 학습(local and national learning)을 통해야만 그 비용이 하락한다(Schaeffer et al., 2004). Historical data를 보면 태양광 발전비용 중 전체 Capex에서 모듈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55.7%[4]에서 2020년 26.4%[5]로 무려 30%p 가까이 감소하였다(그림 1). 따라서 아무리 글로벌 태양광 누적 설치량이 증가한다 하더라도 나머지 비용이 정체 상태로 머물러 있다면 태양광 발전 비용은 획기적으로 낮아지지 않는다. 풍력의 경우 터빈이나 블레이드가 아직 글로벌 마켓에서 거래되는 commodity가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지역적, 국가적 학습의 중요성은 더욱 높다고 할 수 있다.
• 또한 재생에너지 발전단가 하락의 가장 핵심적인 메커니즘인 학습효과는 제품, 즉 재생에너지 설비를 생산하고 설치하는 과정을 통해 기술적 지식이 축적됨으로써 발생한다. 실제로 설치되지 않는 기술은 학습곡선(Learning curve)을 타고 내려가 가격을 하락시킬 수 없으며, 실험실의 R&D 만으로는 기술이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IEA, 2000; Sagar & van de Zwaan, 2006). 따라서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용이 하락하기 위해서는 국내의 누적 설치량 증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3040 달성 시 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
• 학습효과로 인한 기술의 비용 감소 현상을 다루는 일종의 경험적 법칙을 학습곡선 방법론(Learning curve method)이라 하는데, 누적 설치량이 두 배 증가함에 따라 단위 생산비용이 감소하는 비율을 학습률(learning rate)이라고 한다 (Tsiropoulos, et al., 2018). 이 모형을 통해 누적 설치량과 단위 생산 비용의 두 시계열을 이용하면 학습률을 구할 수 있고, 학습률이 일정하다고 가정하면 향후 누적 설치량 증가에 따른 단위 생산 비용의 하락을 추계(projection) 할 수 있다.
• 본 절에서는 재생에너지 3020 목표와, 그를 두 배 상향한 3040 목표를 달성했을 때 각각 어느 수준의 발전단가 하락이 일어나는지 태양광, 육상풍력 및 해상풍력에 대해 분석하였다. 재생에너지는 매년 동일한 양만큼 설치되며 (Appendix B), capex 이외의 비용은 동일하게 유지된다고 가정하였다. 태양광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20% 수준의 학습률을 보이고, 풍력의 경우 10% 수준의 학습률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Tsiropoulos et al., 2018; EIA, 2021], 본 연구에서는 전술한 기준 학습률이 분석기간 동안 변하지 않고 고정이라고 가정하였다.
• 발전단가의 척도로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균등화 발전비용 (Levelized Cost of Energy, LCOE)’을 사용하였는데, LCOE는 발전기 수명기간 동안 소요되는 총 비용을 발전기 수명기간 동안 생산되는 총 발전량으로 나누어 균등화한 값이다. LCOE 산정에 어떤 항목을 포함시킬 것인지 또는 어떤 입력치를 선택할 것인지 등에 따라 계산값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하게 LCOE 수치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산정된 LCOE값, 그 값을 계산하기 위해 포함된 항목 및 가정 전반에 대해 함께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같은 해에 발표된 LCOE 자료이지만 이근대•김기환(2020)과 IEA(2020)의 LCOE는 그 값이 크게 차이가 난다(표 1).
• 이근대•김기환(2020)의 100kW급 태양광 발전 LCOE는 169.8원/kWh (할인율 5.5%)인 반면, IEA(2020)에서는 100kW 급 태양광 발전 LCOE는 108.0원/kWh (할인율 7%)이다. 두 자료 모두 일반적으로 LCOE 분석 범위에 포함되는 발전소 단위 비용을 계산하였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수행되는 연구들은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를 주로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본 고에서는 이근대•김기환(2020)의 1MW 태양광 및 20MW 육상풍력 LCOE에 대해 누적 설치량 증가에 따른 LCOE 하락을 살펴보았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해상풍력에 대한 LCOE를 따로 산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LCOE 및 capex 각각에 대해 IEA(2020)의 육상풍력 대 해상풍력 비용 비율을 준용하여 동일 규모 해상풍력에 대해서도 LCOE 하락을 살펴보았다.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일변수 학습곡선 모형(one-factor learning curve model)을 적용하여 (Appendix C) 우리나라 태양광 및 풍력의 LCOE를 추계한 결과는 아래와 같다 (그림 2 및 3).
• 본 절에서는 재생에너지 3020 목표와, 그를 두 배 상향한 3040 목표를 달성했을 때 각각 어느 수준의 발전단가 하락이 일어나는지 태양광, 육상풍력 및 해상풍력에 대해 분석하였다. 재생에너지는 매년 동일한 양만큼 설치되며 (Appendix B), capex 이외의 비용은 동일하게 유지된다고 가정하였다. 태양광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20% 수준의 학습률을 보이고, 풍력의 경우 10% 수준의 학습률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Tsiropoulos et al., 2018; EIA, 2021], 본 연구에서는 전술한 기준 학습률이 분석기간 동안 변하지 않고 고정이라고 가정하였다.
2020년 → 2030년: 태양광 △31.3원/kWh, 육상풍력 △36.2원/kWh, 해상풍력 △64.4원/kWh
• RE3020 시나리오 하에서는 누적 설치량 증가에 따라 2030년 태양광은 2020년 대비 18.9원/kWh, 육상풍력 및 해상풍력은 각각 29.3원/kWh, 52.1원/kWh LCOE가 하락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림 2). 보다 높은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인 RE3040 시나리오에서는 LCOE가 더 큰 폭으로 하락하는데, 태양광, 육상풍력 및 해상풍력은 각각 31.3원/kWh, 36.2원/kWh, 64.4원/kWh으로(표 2), 하락폭은 RE3020 시나리오의 1.2~1.7배에 달한다. 특히 육상풍력의 경우 3040 시나리오 하에서는 10년 뒤 LCOE가 단위 kWh 당 100원을 하회하며, 해상풍력의 경우 10년만에 66% 수준으로 비용이 하락하는 등 상당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LCOE가 하락한다는 것은 매년 동일한 양의 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한다 하더라도 더 적은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계통비용 제외). RE3040 목표를 달성하는 경우 2030년에는 2020년 대비 약 30% 낮은 가격으로 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할 수 있다. 석탄화력 또는 LNG 발전의 경우 이미 기술이 상용화된 지 수십년이 흘렀기 때문에 학습 잠재력 (learning potential)이 낮고, 각종 규제로 인한 환경비용 때문에 오히려 발전단가가 현재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3040 목표를 달성한다면 재생에너지는 전통 발전원들에 대해 가격경쟁력을 갖추게 되고, 이후의 에너지 전환은 현재 다른 선진국에서 그러하듯이 오로지 비용이라는 하나의 요인만으로도 화석연료 발전원들이 전력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상향으로 선순환 이끌어야
• 지난 10년간 태양광 설치 비용은 10년 전 가격의 38% 수준이 되었다 (그림 1). 비용의 하락에는 기술혁신으로 인한 효율 향상도 물론 한 몫 했으나, 결국 기업이 기술혁신을 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을 제공하고 공정 혁신(process innovation) 등 기술혁신의 단서를 제공하는 것은 실전에서의 사용(deployment)이다. 이러한 중요성 때문에 IEA에서도 기술은 시장을 통해 학습한다고 했고(learn through the market), 현재 가격경쟁력이 낮은 에너지원을 구매하고 설치하는 행위는 학습에 대한 투자(“learning investment”)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IEA, 2000).
• 향후 10년은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한정된 탄소예산(carbon budget)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전환부문의 보다 빠른 탈탄소화는 탄소예산을 절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산업부문 국제경쟁력을 강화시키며, 결정적으로 재생에너지 기술 스스로의 가격경쟁력을 갖추게 한다. 무엇보다 3040 목표는 이미 확인된 우선공급가능 잠재량 범위 내에 있는 매우 현실적인 목표이다. 따라서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3040으로 상향하여 더 많은 설치와 더 큰 가격 하락이 상호작용하는 선순환을 이끌어야 할 것이다.
[1] 총 발전량 동일 가정
[2] 현재 규제 및 기술수준(태양광 효율 17.5%)에서 수용성 확보에 문제가 없는 잠재량. (제5차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3] 이미 발견된 유정의 매장량 중 현재의 기술과 비용으로 회수된다고 생각되는 추정유량을 의미(대한석유협회). 재생에너지의 ‘시장잠재량’에 상응하는 개념
[4] 전력거래소 (2018)
[5] 이근대•김기환(2020)
[6] 한국전력거래소 (2018), 이근대•김기환(2020).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 2018년과 2019년 데이터에 대해서는 내삽(interpolation)하여 추정
Appendix
Reference
[1] 산업통상자원부.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 (2017.12)
[2] 산업통상자원부.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2019.6)
[3] 산업통상자원부. 제5차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 (2020.12)
[4] 한국전력거래소 (2018). 발전원별 균등화 발전원가 산정에 관한 연구.
[5] 이근대•김기환. (2020).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중장기 발전단가(LCOE) 전망 시스템 구축 및 운영(1/5). 에너지경제연구원 기본연구보고서 2020-21.
[6] International Energy Agency (2000). Experience Curves for Energy Technology Policy, IEA, Paris.
[7] International Energy Agency (2020). Projected Costs of Generating Electricity 2020, IEA, Paris.
[8] Sagar, A. D., & Van der Zwaan, B. (2006). Technological innovation in the energy sector: R&D, deployment, and learning-by-doing. Energy policy, 34(17), 2601-2608.
[9] Schaeffer, G.J., Alsema, E., Seebregts, A., Beurskens, L., de Moor, H., van Sark, W., Durstewitz, M., Perrin, M., Boulanger, P., Laukamp, H., Zuccaro, C., 2004. Learning from the Sun – Analysis of the Use of Experience Curves for Energy Policy Purposes: The Case of Photovoltaic Power. Final Report of the Photexp Project. ECN, Petten.
[10] Tsiropoulos, I, Tarvydas, D, Zucker, A, Cost development of low carbon energy technologies – Scenario-based cost trajectories to 2050, 2017 Edition, EUR 29034 EN, Publications Office of the European Union, Luxembourg, 2018, ISBN 978-92-79-77479-9, doi:10.2760/490059, JRC109894.
[11]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Assumptions To AEO2021 – Electricity Market Module. (Released at Feb 3, 2021. Available online: https://www.eia.gov/outlooks/aeo/assump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