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국내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로드맵은 대부분 그레이 및 블루수소를 포함하는 추출수소의 사용을 가정하여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추출수소의 사용은 탄소중립이라는 커다란 흐름을 거스르는 선택이며 에너지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도 기여하는 바가 매우 낮다. 본 이슈브리프에서는 최근 발간된 한국가스공사의 수소에너지 사업 로드맵을 바탕으로 추출수소 중심의 수소보급 및 사용계획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내용

 HIGHLIGHTS   국내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로드맵은 대부분 그레이 및 블루수소를 포함하는 추출수소의 사용을 가정하여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추출수소의 사용은     탄소중립이라는 커다란 흐름을 거스르는 선택이며 에너지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도 기여하는 바가 매우 낮다. 본 이슈브리프에서는 최근 발간된 한국가스공사의      수소에너지 사업 로드맵을 바탕으로 추출수소 중심의 수소보급 및 사용계획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1. 문제의 배경 및 현황: 탄소중립을 위한 탄소기반 추출수소 공급계획

 • (에너지전환에서 주목받는 수소) 2021 년 에너지 분야에서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만큼이나 자주 사용되는 단어가 있다면 단연 ‘수소’일 것이다. 탄소중립이라는 커다란 흐름과 맞물려, 에너지전환의 일부로 수소의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이하 ‘수소로드맵’)을 시작으로 다수의 수소보급 및 사용계획이 발표되었다.

 

 

 

• (한국가스공사 수소계획) 한국가스공사 역시 ‘탄소중립 사회를 위한 저렴하고 안정적인 수소공급을 목표’로 하는 ‘KOGAS Vision 2030 – 글로벌 그린 에너지 기업을 위한 도약’ (이하 ‘비전 2030’)을 발표하였다. ‘비전 2030’을 통해 한국가스공사는 2030 년까지 추출수소 83.5 만 톤 생산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같은 시기 CCUS 를 사용하여 추출수소의 탄소배출을 20% 줄이려고 하고 있다. 블루수소 비율은 꾸준히 증가시켜 2040년 추출수소에서 탄소를 100% 제거해 탄소중립을 이루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하지만 탄소기반 추출수소를 이용한 수소공급계획은 탄소중립과 저렴하고 안정적인 수소공급이라는 두 가지 목표 모두 이루지 못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하여 탄소기반 추출수소를 사용한다는 모순적인 접근 방법 때문이다.

 

 

2. 문제점 분석

2.1. 1kg의 추출수소를 생산하기 위해 2kg 이상이 소비되는 LNG

• (LNG 사용 증가를 초래하는 추출수소) 수증기 개질 방법을 사용하여 1kg 의 추출수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2kg 이상의 LNG 가 필요하다 (Appendix A). 에너지 밀도를 비롯한 물리적 특성과 추출수소 생산 과정에서의 에너지 손실을 고려하였을 경우, 그레이수소를 이용하여 1kg 의 LNG 와 같은 양의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약 43%의 추가적인 LNG 가 필요하다. 탄소포집 과정에서의 에너지 효율을 고려할 경우 100% 포집률을 달성한 블루수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LNG 대비 79%의 추가적인 LNG 가 요구된다 (그림 2).

 

 

 

•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수소) 이에 반해 국내에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여 생산되는 그린수소의 경우 추가적인 LNG 연료가 필요하지 않다. 에너지 자원의 수입 측면에서 보자면, 그레이수소와 블루수소를 포함한 추출수소의 사용은 LNG 수입량을 늘리는 반면, 그린수소의 확산은 수입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는데 기여할 것이다.

 

2.2. LNG보다 탄소배출량이 많은 블루수소

• (블루수소 탄소배출량) CCUS 의 기술적 불확실성에 대해서는 차치하고라도 현재 ‘비전 2030’의 CCUS 를 통한 탄소중립 계획은 커다란 오류를 갖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추출수소 생산에 LNG 가 추가적으로 투입됨으로서 그레이수소의 탄소배출량이 LNG 대비 43% 증가하게 된다. 비록 한국가스공사에서 CCUS 를 사용한 탄소포집을 계획하고 있지만, 30% 이하의 포집률을 갖는 블루수소는 오히려 LNG 보다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게 될 것이다. ‘비전 2030’에서 제시한 CCUS 목표인 20% 포집률이 달성되다고 가정하면, 2030 년에는 LNG 사용에 비해 탄소배출이 오히려 15% 이상 증가할 것이다.  

 

 

 

• (블루수소·LNG 혼소 탄소배출량) 이러한 탄소배출 역전 현상은 ‘비전 2030’에서 제시한 추출수소와 LNG 의 혼소를 분석할 경우 그 문제점을 더욱 뚜렷하게 볼 수 있다 (그림 4). 포집률 30% 이하인 블루수소에 비해서 LNG 가 오히려 탄소발생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연료 혼소 과정에서 포집률 30% 미만 블루수소의 비율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탄소배출량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포집률이 30%에 이르지 못하는 시점에서는 블루수소를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탄소발생 측면에서 독이 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2.3. 내려가는 그린수소 가격 vs 올라가는 블루수소 가격

• (LNG 수입가격 불안정에 따른 블루수소 가격경쟁력의 저하) 낮은 효율성과 많은 탄소배출량에도 불구하고 블루수소가 수소정책의 중심에 있게 된 배경에는 추출수소가 저렴하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는 이례적으로 저렴했던 LNG 수입가격에서 오는 착시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LNG 가격을 8.0 USD/MMBTU 로 가정하였을 경우 그레이수소의 생산가격은 2,451 원 수준이다[5]. 하지만 현재 JKM 가격인 35 USD/MMBTU[6]를 적용할 경우 6,675 원 수준까지 상승하게 된다. 이에 반해 그린수소는 현재 8,000 원 수준의 수입가격이 5,448 원까지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7]. 즉, LNG 가격의 잦은 변동에 따라서 추출수소는 그린수소 대비 가격경쟁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탄소가격 및 탄소포집 비용을 포함한 경우 추출수소(블루수소)의 가격경쟁력은 더욱 떨어진다. 2040 년 블루수소의 가격은 kg 당 최고 7,730 원 수준까지 이를 것으로 예측되며 이는 수입 그린수소 대비 40% 이상 높은 가격이다. 매우 인상적인 점은 추출수소의 생산비용에서 탄소비용이 미치는 영향은 매우 미비하며, LNG 가격이 추출수소 생산비용의 상승 및 변동의 주 원인이라는 점이다. 

 

 

 

• (호주의 사례) 한편, 호주가 예측하는 그린수소 및 추출수소 공급가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 최대의 LNG 생산 및 수출국가인 호주는 2030 년에 그린수소와 블루수소의 가격이 kg 당 2.8 호주 달러(2021.10 월 기준 약 2,440 원)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9]. 특히 장기적으로 그린수소의 가격이 그레이수소에 비해 저렴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대표적인 LNG 생산국 조차도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그린수소의 가격이 추출수소보다 저렴해질 것으로 예측하는 상황에서 LNG 수입국인 우리나라가 추출수소, 특히 블루수소의 가격이 장기적으로 그린수소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그 근거가 희박하다고 할 수 있다.

 

2.4. 블루수소의 공급 불안정성

• (급격한 LNG 가격변동에 따른 블루수소 공급 불안) LNG 가격 상승은 연료가격 상승이라는 압박 외에도 수소공급의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다. ‘비전 2030’에서 계획한 바와 같이 83.5 만 톤의 추출수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대략 261 만 톤의 LNG 가 공급되어야 한다[10]. 이는 2021 년 가격 변동폭을 고려하였을 때 최소 1.3 조 원에서 5.7 조 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블루수소 가격은 LNG 가격에 매우 민감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커다란 폭의 LNG 가격변동은 블루수소 공급에도 커다란 불확실성을 안겨줄 것이다.

 

2.5. 에너지 자립의 꿈을 막는 블루수소

• (LNG 수입비용[11] vs. 그린수소 생산비용) 2030 년부터 2040 년까지 11 년 간 83.5 만 톤의 추출수소 생산에 드는 LNG 수입비용을 모두 합하면 11.5 조 원에서 62.9 조 원 수준에 이른다. 이를 이용하여 풍력발전 설비를 건설할 경우 5.7 ~ 25.1 GW 의 용량을 건설할 수 있다. 이용률을 35%로 가정하였을 경우 연간 17.6 ~ 77.1 TWh 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이는 83.5 만 톤의 추출수소가 갖고 있는 에너지의 최대 2.8 배에 이르는 양이다. 같은 비용으로 그린수소를 생산한다고 가정할 경우 연간 51.6 ~ 232.2 만 톤의 그린수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된다[12]. 즉, LNG 수입가격이 올해 LNG 가격의 평균 수준을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것이 경제적일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또한, 국내 생산 그린수소의 경우 LNG 가격 등 외부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도 존재한다. 게다가 일반적인 에너지 설비의 수명이 최소 25 년 이상인 것을 감안한다면, 추출수소 생산을 위한 LNG 수입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는 그린수소의 양은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다.  

 

 

3. 제안점

3.1. 수소? 그린수소!

• (그린수소: 이상적인 탄소중립 달성 수단) 수소경제를 위한 방향성은 탄소중립이라는 큰 기조 안에 속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가스공사의 ‘비전 2030’은 탄소중립을 위한 로드맵도, 저렴하고 안정적인 수소공급을 위한 로드맵도 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탄소중립, 에너지 자립도, 생산가격과 공급 안정성 등 주요 이슈를 종합적으로 비교할 경우 모든 분야에서 그린수소가 블루수소 대비 강점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표 1). 심지어 에너지 자립도와 생산가격의 경우 LNG 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며, 탄소중립 역시 CCUS 의 활용도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LNG 가 오히려 유리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그린수소는 생산과정에서 탄소배출이 없고 국내 생산이 가능하기에 생산가격 및 공급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이상적인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3.2. 향후 수소공급계획을 위한 제언 

• (향후 과제) 그린수소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수소경제에 대한 접근법에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현재의 수소로드맵은 탄소중립을 비롯하여 에너지 공급 안정성과 같이 핵심적 사안에 대한 수소의 역할이 빠져 있으며, 수소 자체의 보급을 늘리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앞으로 새롭게 수립될 수소공급계획은 탄소중립, 에너지 자립도, 현재 및 미래의 수소 생산가격 및 가격 안정성 등 핵심 사안들의 기준을 정립하고, 그 기준에 맞는 그린수소 보급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중요한 고민이 빠진 채로 수소공급 자체가 목적이 되는 추출수소 중심의 계획은 오히려 LNG 를 사용하는 것보다 경제적이나 환경적으로 나은 방향이 될 수 없을 것이다.

  

[1] 1. 그린수소: 수소 생산과정에서 탄소가 발생되지 않는 수소

2. 그레이수소: LNG 혹은 석탄 등의 원료를 수증기 개질 방법으로 생산한 수소

3. 블루수소: CCUS 를 이용하여 그레이수소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수소

[2, 3, 4] 출처: NEXT Group 자체 계산에 근거하여 저자가 작성

[5] 변환효율과 설비 투자비용 가정을 이용한 NEXT Group 자체 계산 결과

[6] JKM 지표 기준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101010570003466)

[7] IEA, IRENA, CSIRO, BNEF, Hydrogen Council, European Commission 등의 리포트 및 논문 등의 수치를 이용한 NEXT Group 자체 분석 결과

[8] 출처: Reference 시나리오의 탄소가격은 World Energy Outlook 2021 의 Table 5 를, CCUS 비용은 Brandl et al., 2021 과 NEXT Group 의 컬럼 “CCUS, 당장은 해답이 될 수 없는 이유”를 참고. Low Cost 시나리오의 탄소가격은 Reference 시나리오의 2/3 수준, CCUS 비용은 1/2 수준을 가정하여 저자가 작성

[9] ARENA 2018, Longden et al. 2020

[10] 수소 변환 효율 80%, CCUS 효율 손해 20% 가정

[11] LNG 수입비용 분석에 연료비가 포함되지 않은 제반비용 및 운송비용 등은 제외

[12] 풍력발전설비 건설비용 = 25,000,000 원/kW, 수전해설비 건설비용 = 1,000,000 원/kW

 

Appendix A. LNG와 수소 무게 비교

• 수증기 개질 화학 반응: CH4 + H2O → CO2 + 4H2

• 분자질량 (g/mol): C=12, H=1, O=16

• CH4 분자질량: 16 g/mol

• 4H2 분자질량: 8 g/mol

• CO2 분자질량: 44 g/m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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