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유럽 벨기에 소재 기후변화 비영리 싱크탱크인 ERCST는 공청회 결과를 기반으로 유럽 통신 위원회와 도입영향 평가, 이해관계자의 의견, 환경 및 정책적 이익과 기술적 타당성 간 균형 확보 관점에서 탄소국경조정의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에 대해 전망하고 있다. 시나리오 중에서도 EU의 무역상대국인 우리나라 입장에서 영향받을 수 있는 요소를 선별하여 중점적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내용

2021년 세계 경제 정책의 화두는 단연 그린(Green)과 딜(Deal)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폭우, 혹한, 혹서 등 점증하는 자연재해, 전세계를 덮친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한 마이너스 성장, 무너지는 다자무역체제와 미국, 유럽의 심화되는 대중 무역적자는 주요국 리더들의 경각심을 일으켰고, 이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한 굵직한 한 수가 필요하다는 것은 공통된 이해였던 듯 하다.

 

EU는 2019년 12월 가장 먼저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을 발표하며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달성이라는 친환경 목표 하에 공공 예산 총 1조 유로(약 1,300조원), 민간 투자 7조 유로(약 9,200조원)를 편성하며 다양한 정책안을 제시하고 나섰다.

 

우리나라도 2020년 7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산업·일자리 정책으로 그린 뉴딜을 제시하였다. 2020~2025년까지 73조 4,000억원을 배정하여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친환경·에너지 산업을 적극 육성할 계획이다.

 

미국은 바이든이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됨에 따라 그의 기후정책 공약이었던 2050년 탄소 순배출 제로, 청정에너지 100%를 목표로 하는 그린 뉴딜(Green New Deal)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며, 친환경·에너지 산업에 연방정부 1.7조 달러(약 1,900조원), 민간 및 지방자치정부 5조 달러(5,500조원) 투자할 것을 공약하고 있다.

 

각국의 그린 뉴딜 혹은 그린딜은 비슷한 면모를 가지고 있는 듯 보이지만, EU와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엔 없는 치명적인 제도를 포함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국경조정(border adjustment)’이라는 수출입에 적용하는 무역 조치이다. 쉽게 말하면 역내로 수입되는 물품에 대하여 국경에서 탄소나 오염 비용을 부과하겠다는 의미인데, 이는 당연히 무역상대국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킴과 동시에 새로운 종류의 무역장벽으로 기능하게 된다.

 

EU는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라고 하는 조치를 2019년 말부터 공론화하고 2020년 역내 의견수렴과 내부 평가를 시행하였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2021년 2분기 중 법안을 마련하고, 유럽의회 및 EU 이사회 동의를 거친 후 2023년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EU가 탄소국경조정 도입을 추진하는 명분은 세계 교역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의 장(level playing field)을 마련하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적 공조를 강화하기 위함이다. EU기업들은 2005년부터 시행되어 온 EU 배출권거래제(EU-ETS: Emissions Trading System)를 통해 생산과정에서의 탄소 배출에 대해 비용을 지불해 오고 있었고, 환경 규제가 약한 무역상대국의 제품에 대해 가격 경쟁력의 열위를 견뎌야 했다. 점차 EU기업 사이에 탄소 규제가 심하지 않은 국가로 생산기지를 옮겨가는 탄소 누출(carbon leakage)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고, EU 기업 경쟁력에 대한 문제의식과 함께 탄소국경조정 도입 논의는 강한 추진력을 받고 있다.

 

미국의 바이든 당선인은 “기후와 무역은 더 이상 분리되어서는 안될 주제”라고 주장하며 기후·환경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국가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수수료(fees)나 쿼터(quotas)를 부과할 것을 공약하였다. 대중 무역적자의 완화와 자국 제조업 부양을 위한 관세수입 확보를 염두에 둔 조치로, 바이든 행정부에서 강력하게 추진될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침체된 자국 경기를 부양하고 자국 생산자의 경쟁력을 보호하려는 유인이 어느 때보다 강한 이 시기에 탄소국경조정의 신설 추세가 무산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의 대EU, 대미 수출은 2019년 기준 각각 9.7%, 13.5%로 전체 수출의 23%를 차지하고 있어 탄소국경조정 추세로 인한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이슈브리프에서는 도입 논의가 상당부분 구체화된 EU 탄소국경조정을 중점적으로 분석하고, 우리나라 수출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여 대응 전략을 논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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